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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조용한 아침의 해장 루틴

by zipdoctor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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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조용한 아침의 해장 루틴

전날 마셨던 술이 숙취보다 잔상을 남기는 날이 있다.

님만해민의 밤은 조용했고 나는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기분 좋은 알코올은 말을 줄였고 침묵은 도시와 나를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여운은 아침의 공기처럼 가볍지만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 느릿한 아침, 그리고 천천히 열리는 눈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은 기분 좋게 둔했다. 몸은 무겁지 않았지만, 속은 조용히 '따뜻함'을 찾고 있었다.

목이 마르진 않았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무언가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필요했다.

조용히 옷을 입고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거리는 여전히 정적에 가까웠고, 오토바이 소리도 아주 멀게 느껴졌다.

☕ 9:00AM – Nine One Coffee, 커피로 몸을 깨우다

님만해민 소이 11 골목 안쪽, Nine One Coffee는 언제나 조용했다.

밖에선 햇살이 부서졌고 안에선 에스프레소 향이 천천히 퍼졌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핸드드립 한 잔을 시켰다. 거친 산미가 없는, 속을 건드리지 않는 커피였다.

커피를 입에 댔을 때, 몸 속 깊은 곳부터 서서히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은 없었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도 없었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나도 말 없이 괜찮아지는 중이었다.

🍜 10:30AM – Khao Soi Mae Sai, 국물이라는 위로

따뜻한 음료만으론 속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골목을 따라 Khao Soi Mae Sai로 향했다. 현지인들이 아침에도 찾는 북부식 커리 국수집이다.

테이블은 오래됐고 의자에서 삐걱 소리가 났지만 그건 불편이 아니라 이곳의 리듬이었다.

주문은 간단했다. Khao Soi Chicken 한 그릇 노란 국물 위에 닭다리 하나, 양파와 라임, 절인 채소가 옆에 놓였다.

국물을 한 숟갈 뜨자 뜨겁고 부드럽게 속을 감쌌다.

마치 누군가 아무 말 없이 등을 두드려주는 기분. "괜찮아. 오늘 하루, 천천히 시작해도 돼."

🌇 회복의 속도, 그리고 남은 하루

식당을 나와 천천히 걸었다. 바람이 부드러웠고 햇살은 여전히 낮게 퍼져 있었다.

전날의 기억이 남아 있는 머릿속과 막 따뜻해진 속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고 그게 오늘 하루를 더 깊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걸 알았다.

📌 치앙마이의 해장 루틴, 아주 조용한 회복

해장이란, 단순히 속을 달래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다시 부드럽게 놓는 일이다.

치앙마이에서는 커피 한 잔, 국물 한 그릇이면 그 회복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그 하루는 다시 나를 천천히 살아가게 만드는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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