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치앙마이의 늦은 아침 시간

by zipdoctor 2025. 5. 13.
반응형

치앙마이의 늦은 아침 시간

자명종이 울리지 않는 아침이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침대 시트를 따라 천천히 번져오고 있었고, 나는 한참을 눈을 뜬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치앙마이에서의 하루는 늘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빠르지 않았고, 무엇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 10:30AM – *The Larder Cafe & Bar*, 조용한 브런치

숙소를 나서 조금 걸어 님만해민 소이 7에 있는 The Larder Cafe & Bar에 도착했다. 로컬에 가까운 분위기지만, 메뉴는 서양식 브런치와 신선한 로컬 재료가 잘 섞여 있었다.

나는 에그 베네딕트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가격은 각각 **165바트 / 70바트**, 현지 기준에선 조금 비싸지만 그 공간의 여유와 조용함이 충분히 값을 한다고 생각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계란을 자르고, 잎채소를 한입 물며 한참을 말없이 시간을 씹었다.

사람들이 적고, 배경 음악은 없었다. 오직 조용한 커틀러리 소리만이 내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 11:30AM – *Ristr8to Lab*, 진한 한 잔으로 하루를 열다

브런치가 끝나갈 무렵, 천천히 골목을 따라 걸었다. 5분쯤 거리에 있는 Ristr8to Lab. 라떼아트 챔피언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이미 꽤 유명하지만, 오전엔 놀라울 만큼 조용하다.

나는 **Shakerato**라는 메뉴를 골랐다.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셰이킹한 시그니처 메뉴다. 가격은 **100바트**, 입안에 닿는 첫 느낌이 잠들어 있던 감각을 흔들었다.

진한 커피 맛과 함께 카페 내부의 어두운 조명, 작은 테이블, 낯선 이들의 낮은 대화 소리.

그 안에서 나는 누구도 아니고 그저 ‘나’로 있는 중이었다.

🌿 12:15PM – 골목 안, 느리게 걷는 산책

커피를 마시고 카페 밖으로 나오자 햇빛은 조금 더 깊어져 있었다. 나는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발길이 가는 대로 골목을 걸었다.

소이 9 골목은 좁고 한적했다. 벽돌담 위로 나무가 살짝 드리워지고 폐점된 가게 앞에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누군가의 일상이지만 지금은 내 하루에만 존재하는 조각들. 아무 목적 없는 산책은 오히려 가장 선명한 기억을 남긴다.

📌 치앙마이의 아침은 천천히 완성된다

누군가는 벌써 점심 약속을 나갔을 시간이지만 나는 아직, 아침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한 끼의 브런치, 진한 커피 한 잔, 그리고 걷는 골목.

치앙마이의 늦은 아침은 무엇도 요구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의 여유를 조용히 채워주고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