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종이 울리지 않는 아침이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침대 시트를 따라 천천히 번져오고 있었고, 나는 한참을 눈을 뜬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치앙마이에서의 하루는 늘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빠르지 않았고, 무엇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 10:30AM – *The Larder Cafe & Bar*, 조용한 브런치
숙소를 나서 조금 걸어 님만해민 소이 7에 있는 The Larder Cafe & Bar에 도착했다. 로컬에 가까운 분위기지만, 메뉴는 서양식 브런치와 신선한 로컬 재료가 잘 섞여 있었다.
나는 에그 베네딕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가격은 각각 **165바트 / 70바트**, 현지 기준에선 조금 비싸지만 그 공간의 여유와 조용함이 충분히 값을 한다고 생각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계란을 자르고, 잎채소를 한입 물며 한참을 말없이 시간을 씹었다.
사람들이 적고, 배경 음악은 없었다. 오직 조용한 커틀러리 소리만이 내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 11:30AM – *Ristr8to Lab*, 진한 한 잔으로 하루를 열다
브런치가 끝나갈 무렵, 천천히 골목을 따라 걸었다. 5분쯤 거리에 있는 Ristr8to Lab. 라떼아트 챔피언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이미 꽤 유명하지만, 오전엔 놀라울 만큼 조용하다.
나는 **Shakerato**라는 메뉴를 골랐다.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셰이킹한 시그니처 메뉴다. 가격은 **100바트**, 입안에 닿는 첫 느낌이 잠들어 있던 감각을 흔들었다.
진한 커피 맛과 함께 카페 내부의 어두운 조명, 작은 테이블, 낯선 이들의 낮은 대화 소리.
그 안에서 나는 누구도 아니고 그저 ‘나’로 있는 중이었다.
🌿 12:15PM – 골목 안, 느리게 걷는 산책
커피를 마시고 카페 밖으로 나오자 햇빛은 조금 더 깊어져 있었다. 나는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발길이 가는 대로 골목을 걸었다.
소이 9 골목은 좁고 한적했다. 벽돌담 위로 나무가 살짝 드리워지고 폐점된 가게 앞에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누군가의 일상이지만 지금은 내 하루에만 존재하는 조각들. 아무 목적 없는 산책은 오히려 가장 선명한 기억을 남긴다.
📌 치앙마이의 아침은 천천히 완성된다
누군가는 벌써 점심 약속을 나갔을 시간이지만 나는 아직, 아침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한 끼의 브런치, 진한 커피 한 잔, 그리고 걷는 골목.
치앙마이의 늦은 아침은 무엇도 요구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의 여유를 조용히 채워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