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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지 않고도 편해지는 숙소 찾는 법

by zipdoctor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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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지 않고도 편해지는 숙소 찾는 법

여행 중 숙소를 옮길 땐 보통 더 나은 편의, 더 좋은 위치, 더 예쁜 인테리어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그 반대 이유로 숙소를 옮겼다.

첫 번째 숙소는 너무 정리되어 있었다. 너무 친절했고, 너무 정직했고, 너무 완벽했다. 침대 위 쿠션도, 테이블 위 꽃병도 사진처럼 정확했지만 이상하게… 나는 계속 앉아 있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짐을 채 다 풀지도 않은 채, 이틀 만에 다른 숙소로 옮기기로 했다. 위치는 조금 더 외곽이었고, 사진은 흐릿했고, 후기도 적었다.

🚪 두 번째 숙소의 첫 순간

문을 열었을 때, 그 방은 약간 어두웠다. 창문은 커튼 반쯤 가려져 있었고 햇빛이 모서리 벽을 조용히 물들이고 있었다.

에어컨은 켜지지 않았고 선풍기만 천천히 돌고 있었다. 벽엔 그림 하나, 그림자 둘.

그 순간, 나는 짐을 풀지 않고 그냥 바닥에 앉았다.

무릎 위에 팔을 얹고 방을 한 바퀴 둘러봤다. 내가 여기서 며칠을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아주 조용히 찾아왔다.

🛏 공간이 나를 먼저 쉬게 해주는 경우

이 방에는 뭔가 많지 않았다. 침대는 벽에 붙어 있었고, 책상은 작았고, 불빛은 간접조명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는 모자람이 아니라 허락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정리하지 않아도 되었고,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었고, 심지어 불도 켜지 않아도 나는 이 공간에 있는 내가 자연스러웠다.

짐을 풀기 전부터 마음이 먼저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 내가 나중에야 알게 된 것들

이 숙소엔 향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내 향이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침대 시트는 하얗지 않았고, 벽에는 손바닥만 한 얼룩이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누군가 먼저 다녀간 공간이라는 위로가 됐다.

창밖은 조용했고, 밤에는 벌레 소리가 났고, 벽시계도 없었다.

이 공간은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 짐을 풀지 않아도 괜찮은 방

나는 이 방에서 노트북을 펼치지 않았고, 일정도 짜지 않았고, 수건도 제자리에 두지 않았다.

그냥 가방을 구석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바람이 들어오고, 햇살이 벽에 스치고, 그러면 하루가 흘렀다.

그게 이 방의 방식이었다.

📌 좋은 숙소는 기능보다 분위기다

짐을 풀지 않고도 편해지는 숙소는 결국 기능이 아닌 분위기로 기억된다.

불빛이 세지 않은 곳, 모든 게 제자리에 있지 않아도 되는 곳, 내가 자연스럽게 조용해질 수 있는 공간.

치앙마이에서 찾은 그 두 번째 숙소는 그런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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