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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실제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낸 여행 루틴 공유 (치앙마이 편)

by zipdoctor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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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자의 하루 루틴

여행이란 늘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떤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문득 지겨워졌던 어느 날, 나는 아무 계획 없이 치앙마이에 며칠 묵기로 했다.

그리고 그중 하루는 진짜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지도도, 검색도, 알람도 꺼둔 채 오직 '지금 여기'만 따라가 보기로.

🛏 조용한 침대, 어설픈 햇살, 창 너머 바람

아침은 알람 없이 찾아왔다. 창문으로 흘러든 빛이 내 이불 끝자락을 타고 천천히 올라왔다.

바람이 창문 너머로 들어왔다 나갔다. 어느새 방 안에 나무 냄새가 들어찼고, 나는 천장을 바라본 채 한참을 멍하니 누워 있었다.

문득 휴대폰을 보았지만 무음이었다. 알림도 없었다.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속도

아파트 한 켠, 조그만 주방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렸다. 가루 위에 물이 닿자 구수한 향이 올라왔고, 그 향은 방 안 가득 퍼졌다.

커피가 다 내려질 때까지 창밖 나무를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컵을 손에 쥐고 책상으로 가 앉았다. 책도 펼치지 않았고, 그냥 커피를 마셨다.

그 시간이, 오늘의 첫 일정이었다.

📖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 시간

낮이 되자 햇살이 방바닥을 차지했다. 그 위에 베개를 옮기고 엎드려 누웠다.

책을 펴고 한 줄을 읽었다. 그러다 말고 그냥 눈을 감았다. 문장도, 단어도 지금은 필요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았고, 시간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에 기꺼이 나를 맡겼다.

🌇 해질녘의 조용함, 밤의 시작

해는 금세 기울었다. 그림자가 벽을 타고 올라오고, 새들이 멀리서 울기 시작했다.

식사는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작은 도시락 하나와 물 한 병. 전자레인지 소리마저 조심스럽게 들렸다.

불은 켜지 않았고, 대신 커튼만 걷었다. 그늘 속에서 밤이 천천히 찾아왔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의 완성

오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조용히 알아차릴 수 있었던 하루였다.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가장 자신에게 집중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치앙마이의 조용한 방 한 켠에서 나는 그렇게 하루를 살았다. 천천히, 가만히, 그리고 충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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