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은 나에게 여전히 낯선 도시다. 몇 번을 와도, 익숙해지지 않는 거리와 소리.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번 이곳에서 하루쯤은 혼자 술을 마시게 된다.
후아힌의 조용한 바다를 뒤로하고 실롬에 위치한 Amara Bangkok Hotel로 체크인했다. 도심에 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밤에 나가도 무섭지 않은 위치.
카페를 전전하고, 골목을 걷고, 마사지숍 문 앞에서 두 번이나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지만, 그래도 ‘무언가 하나’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 차이나타운의 바, Teens of Thailand
조금 늦은 밤, 도심에서 그랩을 타고 차이나타운에 있는 Teens of Thailand라는 작은 진 베이스 바에 갔다. 좁은 골목 안에 있는,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이 바는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로컬 감성 공간이다.
내부는 조명이 어둡고 음악도 낮았다. 잔잔한 재즈가 흘렀고, 혼자 앉을 수 있는 바 좌석도 있었다. 나는 구석 바 좌석에 앉아 진 토닉 한 잔을 주문했다.
잔을 받자마자 향이 먼저 퍼졌다. 허브 향이 섞인 진, 라임 조각, 그리고 얼음이 천천히 녹는 소리.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안정됐다. 이 공간은 혼자 있는 사람에게 별다른 이유를 묻지 않았다.
🍢 Soi Convent 노점, 편의점 맥주 한 캔
두 잔쯤 마시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실롬 쪽 Soi Convent 골목을 일부러 걸었다. 저녁이면 노점 꼬치가 줄지어 서는 곳이다.
돼지고기 꼬치 하나, 닭꼬치 하나를 사고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LEO 맥주 캔을 하나 샀다. 차가운 맥주를 들고 골목 벤치에 앉았다.
방콕의 밤은 후텁지근했지만 거리의 소음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도시의 온도가 그대로 내 감정에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 조용한 거리, 아무도 모르는 밤
꼬치의 짠맛, 맥주의 쌉싸름함, 노점의 연기, 그리고 바람 한 점 없는 골목.
그게 이상하게, 지금 내 기분과 너무 잘 어울렸다.
잠깐 길을 걷다가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아무도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는 이 도시가 그렇게 다정하게 느껴질 줄 몰랐다.
🌙 도시의 리듬에 맞춰 나를 비우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밤하늘은 흐리고 길가 나무 아래 작은 조명이 깜빡였다. 익숙하지 않지만 익숙해지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방콕은 그런 도시다. 빠르지만, 어느 순간 느리게 움직이는. 혼자라도 어색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도시.
그리고 나는, 그 도시 한복판에서 나를 위해 술 한 잔을 마셨다.
📌 방콕, 혼자 술 한잔하기 좋은 밤의 기억
Teens of Thailand의 어두운 조명, Soi Convent 노점의 구운 고기 냄새, Amara 호텔 창밖의 밤 풍경, 그리고 LEO 맥주 한 캔.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내게 '방콕의 밤'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다음에도 또 오게 된다면 나는 아마, 그 골목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