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숙소를 잡고 파도 소리에 잠든 밤. 그 조용한 밤의 연장선에서 꼬란섬에서의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어디로 갈 필요도, 무엇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이 아침부터 마음은 느긋했다.
🌅 7:30AM – 숙소 앞 벤치에 앉아
Sealey Resort 방갈로의 문을 열자 새벽의 바람이 느릿하게 스며들었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슬리퍼를 끌고 벤치에 앉았다.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다의 아침 냄새를 들이마셨다.
이곳에서의 둘째 날은 조용히 앉아 있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 10:00AM – 타웬비치, 걷지도 눕지도 않고
어제와 똑같은 해변, 하지만 감정은 달랐다. 오늘은 오히려 더 편했다.
비치의자 대여 50바트. 어제와 같은 자리. 음악도, 책도 없이 파도 소리만 들었다.
사람들은 물놀이를 하고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그저 그들을 배경 삼아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12:30PM – 식사는 생략, 대신 바나나 셰이크
배는 고프지 않았고 움직일 생각도 없었다.
해변 쪽 노점에서 바나나 셰이크(40바트)를 하나 사 그늘 아래에서 천천히 마셨다.
얼음이 입안에서 녹는 감촉, 손에 잡히는 차가운 컵, 그리고 나른해지는 속도.
🧭 3:00PM – 작은 길을 따라 걷다 말다
오후에는 숙소 뒷길을 따라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먼저 걷고 나는 그 뒤를 따라 멈췄다.
돌아오는 길, 해먹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봤다. 그 시간이 오늘 하루의 절반을 지나가게 했다.
🌇 6:30PM – 노을을 기다리는 저녁
저녁도 간단히. 편의점에서 컵누들 하나와 망고 주스. 숙소 앞 벤치에 앉아 해가 지는 바다를 천천히 바라봤다.
해가 바다로 스며들 때 섬은 조용해졌고 그 조용함이 내 마음까지 정리해 주는 기분이었다.
📌 둘째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이틀째라면 어딘가 더 멀리 가보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냥 섬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로 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이 있고 움직이지 않아도 쌓여가는 기억이 있다는 걸 꼬란섬의 둘째 날이 가르쳐줬다.